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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Meditation)

[코로나 확진일기] 1-2일차

Chemi_girl 2021. 4. 11. 11:26

1일차 저녁

저녁이 나왔는데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일단 밥 저체는 엄청 잘 나온다! 샐러드도 있구 과일도 있고 채소반찬도 나오고 단백질도 무려 두 종류나 있었다. 회사밥보다 훨~~~~씬 잘 나와서 행복했다ㅜㅜ 그리고 간식도 무려 요플레라는 고급간식도 나온다.. 진짜 행복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내가 미각과 후각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뭘 먹어도 맛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 돈까스는 비주얼만 보고는 멘치까슨지 치킨까슨지 뭔지 모르겠어서 룸메분께 물어봤다. 그리고 국도 그냥 무국인지 된장국인지 모르겠어서 어떤 국이냐고 물어봤다ㅋㅋㅋㅋㅋ 매운맛은 통각이라 그런지 잘 느껴진다! 미각이 다 사라지고 통각만 남아서 매운맛이 엄청 잘 느껴진다.. 이것도 단점이다. 무말랭이 반찬 하나에도 너무 매워했다...
미각과 후각이 사라진다는건 정말 무서운일이다. 짜고 시고 단맛, 매운맛을 경험했을때 종류 불명의 맛이 난다. 예를 들자면.. 고추장의 짠맛, 소금의 짠맛, 간장의 짠맛 이런게 있는데 그런 짠맛이 다 ‘뭔가 짠맛’으로 바뀐다ㅜㅜㅜ 그리고 단맛도 설탕의 단맛, 과일의 단맛, 초콜릿의 단맛이 있는데도 ‘뭔가 단맛’으로 바뀐다... 정말 괴롭다ㅠ
샤워를 하면서 비누를 썼는데 여태 비누가 무향인줄 알았다가 1초정도 잠시 후각이 돌아온 찰나에 비누향이 있다는 걸 알았다...ㅋㅋㅋ 치약도 마찬가지로 그냥 치약의 질감이 있을뿐 민트맛인지, 녹차맛인지 딸기맛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아직도 두통이 심한데.. 저녁에 너무 심해져서 큰일이다

2일차 아침

잠자리가 불편하고 룸메분이랑 아직까지는 생활패턴이 안 맞아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ㅜㅜ하 너무 힘들다
두통과 기침이 진짜 심해서 잠을 두시간정도 뒤척이다가 잤다.. 오늘 아침은 조금만 움직이면 머리가 깨질것 같고 구토감과 메스꺼움이 올라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었다. 하지만 또 아무것도 안하면 계속 아플 것 같아서 시원하게 찬물을 드링킹! 그러고 바로 기침폭탄에 걸렸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찬물을 마시면 안되겠닼ㅋㅋㅋㅋㅋ 기침이 너무 심했다...죽는줄...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는데 8시에 아침을 주는건 참 고욕이다.. 먹기 싫어 죽겠다
오늘 아침 메뉴는
닭도리탕, 과일사라다(이게 왠지 고유명사가 된 것 같다ㅋㅋ), 오징어젓갈, 냉채무침, 소시지볶음, 두부, 볶음김치 그리고 된장국
매운것에 대한 저항력이 0이 돼버린 나는 또 닭도리탕 한 입에 무너졌다.. 매운걸 먹으면 매운맛이 혀뿌리에서 올라와 코를 후두려 패는 느낌이다;; 그래서 당연히 닭도리탕 못 먹었구~ 오징어젓은 진짜 좋아하는데 다리 하나 집어먹고 그만 뒀다.. 김치는 k-유산균이 있기 때문에 꼭 먹어야했다! 그러나 이것도 몇조각 못 먹고 매운맛에 패배...
과일사라다는 되게 맛나게 먹었다. 실제로 맛은 안나지만 과일류는 역겹지가 않아서 그냥 잘 씹어’먹는것’이다ㅋㅋ 나는 오이를 매우 좋아하는데 오이싫어파들은 향이 너무 쎄고 이상하다는 이유로 오이를 싫어한대서 그걸 이해 못 했는데 오늘 이해를 단박에 했다. 과일사라다에 있던 두조각의 오이가 요즘 먹은것 중에서 유일하게 맛을 느낄 수 있었다ㅋㅋㅋㅋㅋ 와우~~~ 오이를 더 좋아하게 돼버렸다. 사막 속의 오아이시스 같은 느낌 ㅠ 아 그리고 과일사라다를 먹다가 갑자기 부드러운게 씹혔다! 과일만 있는 줄 알고 먹고 있었는데 부드러운건 씹히고...맛은 전혀 몰라서...중간에 뱉어서 뭔지 확인했다;; 햄이었다. 햄이 이렇게 무미건조한 맛이라니 충격이었다.
당연히 소시지볶음도 아무 맛 안 났다. 처음 먹었을 때 톡톡 터지는 식감만이 존재할 뿐... 맛 없어서 버렸다...(한 조각 빼고 다 먹음 사실)
두부도 김치랑 같이 먹질 못하니 젓가락으로 잘라서 된장국에 넣어 먹었다. 하지만 된장국도 된장국 비주얼이라서 된장국이라고 한거지 실제로는 ‘무언가 부드러운 따뜻한 물’이다.
가끔 SF영화를 보면 모든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캡슐 딱 한개로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제 그 장면을 제일 싫어할 것 같다. 원래도 먹는걸 좋아해서 탐탁치 않은 장면이었는데 이젠 더 싫어진다. 먹는 즐거움이 일방적으로 사라진다는건 참 우울감을 불러일으킨다..ㅜㅜ

2일차 점심

아침 먹고 두통약을 먹었는데도 계속 어지러워서 한시간 남짓 쪽잠을 잤다.. 자고 일어났는데 땀이 삐질삐질 나고 있었고, 부랴부랴 열을 재보니 37.4도였다. 아프면 자야하는데 잠이 안 오고 자고 일어나면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참 큰일이다. 센터에 있는 이유는 추가감염을 막기 위한 목적이지 치료를 위한 이유가 아니어서 처방 받은 전문의약품이 아니라 일반의약품을 받고 있다.. 집에서 처방약 갖고 올 껄! 후회스럽다.. 오늘은 의료진께 메스꺼움을 호소했더니 소화불량약을 주셨다ㅋㅋㅋ 얼마나 답답하실까... 처방약을 주시고 싶을텐데 그게 안되나부다ㅠ
점심메뉴는! 김칫국,제육볶음,버섯볶음,열무김치,메추리알장조림,부침개,샐러드 그리고 슈였다.. 처방해주신 소화제를 먹구 밥을 먹으니까 훨 식사하기 편했다! 다행이었데만 그래도 많이 먹진 못했다... 역시나 안 매운거 위주로 먹었다. 난 원래 국 종류를 진짜 안 먹는데 아프고 나서는 계속 국을 먹고 있다. 목 넘기기가 좋구 다른 반찬들은 역겨워서 국이랑 밥이랑 말아먹으면 꿀맛이다. (역시나 진짜로 맛은 안남) 그리고 후식으로 슈가 나와서 정말로 좋았다ㅜㅜㅜ 맛은 안 나지만.. 부드럽구 살짝 단맛이 있기 때문에 후식의 느낌이 나서 좋았다 크크 저녁은 뭐가 나올까? 궁금하다! 언제쯤 후각과 미각이 돌아와서 밥을 잘 먹을 수 있을까ㅜㅜㅜ 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냅두고 반의 반 밖에 못 먹는다는게 참 슬프다ㅜ

2일차 간식
1일차 저녁 후식으로 나왔던 딸기맛 요플레랑 집에서 가져온 왕밤빵을 먹었다. 기력이 좀 있다는 소리ㅋㅋㅋ 쳣 냄새 첫 입에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ㅜㅜㅜ 표정이🤩였다. 그러다가 바로 두번째부터 아무맛도 안나서 바로 표정이 😞로 바꼈다...ㅜㅜ 오늘은 코막힘이 심해서 숨쉬기가 힘들다... 마스크를 안 해도 KF94를 끼고 있는 것 같고 마스크를 하면 KF94 두 겹을 쓴 것 같다..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5시 15분 전.. 한시간 뒤에 또 밥을 먹어야한다ㅋㅋ;;; 이것도 참 노동이다. 건강앱에서 가르키는 나의 오늘의 걸음수는 18걸음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의 걸음수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2일차 저녁


여기 있으니까 심심해서 책을 보게 된다. 낮부터 읽기 시작한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을 벌써 다 읽었다ㅋㅋ
저녁은 메인으로 소불고기가 나왔는데 점심으로 나온 제육볶음이랑 맛이 똑같았다..어메이징 저녁은 점심보다 식욕이 떨어져서 미역초무침만 다 먹고 또 소고기뭇국에 대충 밥 말아먹고 버렸다. 저녁 반찬들은 약간 중화풍을 노린 것 같은데.. 실패하신듯 ㅜ 만두는 어딜가나 똑같은 만두를 쓰시는지 맛이 없었다ㅋㅋㅋ 저런 냉동중화식품은 레시피가 다 정해져있나보다
밤이 되니까 또 땀이 나고 호흡이 딸리기 시작했다ㅜ 죽겠다...